'H마트에서 울다'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라는 미국 밴드의 보컬 미셸 자우너의 에세이입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대부분을 미국에서 자란 미셸 자우너는 이 책에서 자신의 성장과정과 어머니와의 관계, 어머니의 죽음을 맞으며 돌아보게 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추천도서목록에까지 오르게 된 이 책은 많은 사람들, 특히 이민자 가족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고 담백하게 쓰였지만 읽는 사람이 눈물을 흘릴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미셸 자우너는 심리적 결핍이 많은 아버지와 전형적인 한국인 정서를 가진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서 자랐습니다. 가정과 사회, 문화에서의 괴리감, 자신과 어머니 세대 정서 사이의 괴리감 사이에서 미셸 자우너는 사춘기 이후 방황하며 어머니에 대한 애증과 비슷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다 어머니의 암 소식을 듣고 어머니를 간호하고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어머니의 사랑 표현이었던 한국음식을 통해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자아에 대한 관점을 재정립합니다.
미셸 자우너가 사소한 추억을 꺼내놓을 때마다 사소한 장면 안에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있습니다. 또한 Loving이 아닌 Lovely 한 한 사람으로서 어머니를 바라보게 된 미셸 자우너는 이 글에서 완벽한 어머니가 아니라서 느꼈던 원망 섞인 감정이 어머니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변화하게 되는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책 속에 들어있는 한국음식에 대한 묘사들도 여느 한국인 요리연구가가 쓴 것 못지않게 디테일하고 섬세해서 책을 읽다 보면 배고파지고 요리를 해서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합니다 :)
책을 읽다가 어머니 젊은 시절 사진을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앨범자켓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궁금해 사진을 좀 찾아봤습니다. 미셸 자우너가 묘사한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글을 읽고 사진을 보니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글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의 정체성이자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인 한국인이라는 것이 없어질까 두려워하는 미셸자우너의 모습이 종종 보이는데 글과는 달리 미셸자우너가 어머니를 쏙 빼닮아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책이 너무 좋아 그녀에 대해 알게되었지만 미셸자우너가 속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엄청 유명한 그룹이라서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그래미에서 BTS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더라구요!! :)
제일 좋았던 점은 어머니와 딸이 서로 싸우고 서로 좋아하고 서로 이해하고 그 모든 과정들이 담겨있어서 나의 어머니, 나의 딸이 함께 읽었으면, 그리고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어머니들이 모두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습니다. 저도 주변에 많이 선물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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