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을 어느 정도 해본 사람들은 이혼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기가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육아를 시작하면서 서로 많이 싸우고 그러면서 외로워지고 그러다 이혼을 하게 되면 어떤 삶이 펼쳐질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 누가 추천해줘서 보게 된 영화가 결혼 이야기입니다.
저의 상황과 맞물리는 지점이 많아 더욱 공감하면서 보고 위로가 많이 되었습니다. 미국 배경인 이 영화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사람 사는 것이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영화는 결혼 이야기라기보다는 이혼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두 남녀가 왜 이혼하게 되었고 어떠한 과정으로 이혼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혼 후는 각자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독인 노아 바움백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였다고 합니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
위의 사진처럼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 모두들 그러한 가족을 꿈꾸고 가족이라면 이러해야 한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가족 서로의 혹은 가족 내의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영화 초반 니콜과 찰리 부부는 이혼 조정관 앞에 함께 앉아 있습니다. 이혼 조정관은 두 사람이 왜 결혼했는지 기억하기 위해서 서로의 장점을 적어보라고 합니다. 두 사람이 적은 서로의 장점을 듣고 있노라면 완벽한 아내와 남편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니콜은 읽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갑니다. 그토록 완벽한 그들은 서로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혼 조정관 앞에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결혼 전 니콜은 촉망받는 신인배우였고 찰리는 연극감독이었습니다.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했고 니콜은 감독인 찰리와 함께 극단일도 하고 가정일도 하며 즐겁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찰리의 극단은 점점 성공가도에 올랐고 찰리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니콜은 존재감을 잃어갔습니다. 그러다 니콜에게 LA에서의 새 파일럿 제의가 들어왔고 니콜은 이것이 자신이 다시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찰리의 지지를 받길 원하지만 이제 막 성공에 한 발자국 가까워진 극단일로 바쁜 찰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둘은 별거에 들어가고 남편은 가족이 원래 거주하던 뉴욕에 남고 아내는 아이와 함께 그토록 그리워했던 자신의 고향 LA로 떠납니다. 변호사 없이 분쟁 없는 평화로운 이혼을 원했던 두 사람의 합의는 이혼 변호사들이 개입하게 되면서 꼬여갑니다. 서로 이혼소송을 준비하고 양육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찰리는 아이가 지내고 있는 LA의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LA법정에서 이혼 과정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각자의 유능한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상대편의 과거와 치부들을 들추고 회의감이 든 니콜과 찰리는 직접 만나 합의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에 말싸움이 벌어지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될 말만 골라하며 결국 그 말을 한 자신들도 상처받습니다.
지치는 의견 조율 끝에 둘은 합의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이혼하게 되고 각자의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1년 뒤 아이를 데리러 방문한 니콜의 집에서 찰리는 이혼 조정관 앞에서 니콜이 썼던 찰리의 장점을 나열한 글을 우연히 읽게 됩니다. 그곳에는 니콜이 찰리를 늘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라고 쓰여있습니다. 둘은 서로를 바라봤던 진심을 다시 마주하고 애써 눈물을 참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혼 후 삶을 잘 이어갑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들
니콜이 처음 이혼 변호사를 만나 우는 장면
그냥 상담차 이혼 변호사를 방문했다가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감정을 폭발시킵니다.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니콜의 감정이 이해가 많이 되었습니다. 결혼생활이 불행했던 것은 아니지만 한순간 다가오는 공허함과 본인의 인생을 잃어버린 것 같은 허탈함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함께하는 찰리의 성공을 지켜보며 많은 감정이 들었을 것 같았습니다. 이 장면으로 이제는 니콜 본인의 인생을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법정 씬과 니콜과 찰리의 감정이 폭발하여 싸우는 장면
이혼을 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남았던 정이 모두 없어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이 장면이 그것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각자의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치부를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긴 결혼생활과 아이까지 있는 상황에 깔끔하고 쿨한 이별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껴졌습니다. 각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지켜온 자녀, 재산 등이 걸려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치열해지는 것이 이혼인 것 같습니다.
이후 니콜과 찰리가 만나 싸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배우들의 감정연기가 일품입니다. 긴 세월을 서로 사랑하고 함께 팀이 되어 인생이라는 길을 헤쳐온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얼마만큼 상처 줄 수 있고 그것이 본인에게도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서로 너무 가까웠기에 더욱 날카로운 상처를 주고받지만 싸움 끝에 찰리가 심한 말을 내뱉고 본인이 울음을 터뜨릴 때에 니콜이 안아주는 장면이 정말 부부 같았고 오히려 지금 헤어지는 과정이지만 상대를 아직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장면
니콜과 찰리 두 사람도 이혼 후 각자의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을 알지만 서로 응원하고 사랑하고 있는 마음이 (그것이 남녀 간의 사랑인지 사람을 향한 그 자체의 애정인지 확실치 않지만) 보기 좋았습니다. 그 많은 과정을 겪고 이별하게 되었지만 나와 인생에서 가장 가까웠던 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아직 나를 응원해주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된 것 같습니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애 빠진 로맨스 영화리뷰, MZ세대의 연애? (0) | 2024.05.30 |
---|---|
영화 소공녀 리뷰, 막막한 삶 속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 (0) | 2024.05.30 |
영화 청춘그루브 리뷰, 청춘이 지나간 자리 (0) | 2024.05.28 |
명화 Godfather 대부 1 (1972) 리뷰 (0) | 2024.05.28 |
내 마음 속의 명화, 영화 HER (0) | 2024.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