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그루브라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에 왠지 시간 때우기에 좋아 보여서 웃으며 가볍게 볼 영화인 줄 알고 보았는데 보고 나니 청춘에 대한 씁쓸한 아련함과 동시에 안도감이 남았습니다. 유명하지도 않고 (개봉관도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평점도 별로 높지 않은 이 영화를 선택한 제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변성현 감독의 데뷔작으로 청춘의 성장통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최근작인 킹메이커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청춘그루브 이후의 변성현 감독의 작품들은 제 스타일이 아니었고, 논란이 된 감독 SNS 발언들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지만 이 영화만큼은 가끔 다시 보고 싶은 저의 좋은 영화 리스트에 올라있습니다.
영화 청춘그루브는 2012년 개봉작으로 홍대 힙합 언더그라운드에서 짧게 전성기를 누렸던 '램페이지스'가 멤버 한 명의 배신으로 해체하고 3년 후 숨겨진 동영상이 유출되면서 다시 모여 겪게 되는 일들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원래 힙합이란 음악 장르를 좋아해서 수준 높은 리스너는 아니지만 많이 듣는 편인데 OST퀄리티가 참 좋습니다. 봉태규 배우의 연기도 이 영화 이전의 너무 코믹한 이미지가 아니고 지질하지만 진지한 여느 청춘의 그것을 잘 표현해낸 것 같아 원래도 좋아하는 배우였지만 이 영화로 인해 더 좋아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참 후에 개봉했지만 같은 힙합 음악을 통해서 청춘의 성장기를 다룬다는 면에서 이준익 감독 연출, 박정민 배우 주연의 "변산"과 함께 감상하면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청춘, 그 찌질함과 막막함에 대해
힙합에 큰 포부가 있었던 창대와 매드독 민수, 그리고 객원보컬로 뽑혀 램페이지스에 들어오게 된 아라는 여느 청춘들답게 꿈을 향해 달려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나름 언더그라운드에서 인정받으며 오버그라운드를 꿈꾸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음악을 하지만 매드독 민수가 잘 나가는 음반기획사에 들어가게 되고 팀은 균열이 생겨 해체하게 됩니다.
창대는 그 나름대로 계속해서 음악을 해나가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습니다. 민수는 유명한 스타가 되어 방송에 출연하고 창대는 민수가 자신의 음악과 철학을 이용해 성공하고 tv까지 나왔다고 생각해 분노하며 다시 재기를 꿈꿉니다.
한편 민수는 자신이 등장하는 불법 촬영 영상이 있다고 해 그것을 추적하려 닷 창대와 아라를 만나게 됩니다. 다시 만난 세 사람은 과거의 사실과 마주하고 마주한 과거에는 모두가 배신자이자 모두가 피해자, 불쌍하고 미성숙한 청춘들이었습니다. 배신자로 낙인찍힌 민수, 원망과 분노에 잠식당했던 창대, 그 둘 사이의 과거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다시 찾고 싶었던 아라 모두가 안쓰러웠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철이 든다.
서로 화해하고 다시 의기투합하거나 창대가 뮤지션으로서 훗날 성공하게 된다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결말이 아니라서 가장 좋았습니다.
마지막 창대는 결국 회사에 취직합니다. 과거에 모두가 원대한 꿈이 있었지만 현실에서 그 꿈을 이룬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처럼 창대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음악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과거의 자신이 꿈꾼 것은 스타가 된다는 허상이 아니라 진정 내가 사랑하는 일을 계속 해가는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런 면에서는 창대가 꿈을 이룬 것이 아닐까요? 현실에 타협한 것 같아 마음 한 편의 후회와 부끄러움이 자리 잡아있는, 어른이 되어버린 저포함 어른들에게 창대의 대사가 응원과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아 고마웠습니다.
"사람들은 인생에 대해 정의 내리는 걸 참 좋아해. 다 살아보지도 않고서 말이야. 어떤 비트든 그런 건 상관없어, 중요한 건 비트가 울리면 마이크를 잡는다. 그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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