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미소라는 주인공이 세상의 풍파 속에서 어떻게 자기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지 그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에 대한 많은 리뷰와 주변 평가들이 아주 좋아서 볼 영화 목록에 넣어놓았다가 최근에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현실이 힘들 때에 짠내 나는 스토리를 보면 더욱 가라앉을까 싶어 선뜻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솜과 안재홍이라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배우 두 명이 나와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는 아주 좋았고 미소의 삶의 방식이 정답일까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자기 자신에 당당하고 자존감 있는 한 여성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내 삶도 한번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들어주어서 또 좋았습니다.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사랑
주인공 미소는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남자 친구만 있으면 행복한 일당 사만 오천 원을 받는 가사도우미입니다. 그녀는 대학에 다녔었지만 중퇴했고 지금은 허름한 월세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기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새해가 되자 시련이 닥칩니다. 집 월세가 오만 원이나 올랐고 담배값도 인상되었습니다.
누리고 있던 소박한 것들도 지키지 못할 상황, 좋아하는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머리카락의 변색을 막아주는 약, 그리고 집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녀의 선택은 집을 포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살고 있던 방에서 나와 대학시절 함께 밴드 활동을 하며 가깝게 지냈던 친구들의 집에 차례로 찾아갑니다.
첫 번째로 찾아가는 친구는 회사에서 일에만 매달려 사느라 자신의 몸도 축내며 살고 있는 친구 문영입니다. 문영은 미소가 바람 든 것 같다며 자신의 집에 미소를 들이는 것을 거절합니다.
두 번째는 남편과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현정입니다. 그녀는 미소를 반겨주지만 현정의 결혼생활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복잡한 집안에 더 묵을 수가 없어 하루만 지내고 미소는 밥상을 차려놓고 다른 친구를 다시 찾아 나섭니다.
세 번째로 찾아간 곳은 대용입니다. 그는 이혼 후 우울함에 빠져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의 삶이 엉망인 데다 남자 친구가 걱정하는 통에 다시 네 번째 친구 록이에게 갑니다.
록이는 부모님과 살고 있는데 록이의 부모님은 록이를 꼭 결혼시켜야겠다는 목표 하나만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라 미소를 록이와 이어주려고 감금 계획까지 세웁니다. 겨우 탈출한 미소는 다섯 번째 친구 정미에게 찾아갑니다.
정미는 부유한 남편을 만나 잘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남편의 기준에 맞추어 살고 있습니다. 정미는 자신의 집에 미소를 가장 오래 묵게 해 주지만 그 또한 오래가지 못합니다.
미소의 또 하나의 안식처였던 남자 친구 한솔도 사우디로 일을 하러 떠나게 됩니다. 이제 미소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담배와 위스키뿐입니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미소가 텐트에 사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내 안에도 아직 미소가 있을까?
미소가 용감해 보이는 것은 단순히 집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남들 눈에 비치는 나의 모습, 다른 사람의 판단을 내 인생에서 거둬냈다는 것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 살아가며 미소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고 스탠다드를 추구하는 삶만 생각해왔기 때문에 보는 내내 미소가 걱정스럽기도 하고 마지막 정미의 말에 많이 공감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미소로 살아가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 미소는 다른 친구들보다 불행해 보이지 않았고 마음은 여유로워 보여 당당한 미소가 부러웠습니다. 나 자신을 이야기하는 많은 구성요소 중 진정으로 나에게 중요한 것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솔이 바라던 삶 '그냥 남들처럼 사는 삶'이 아닌 '나처럼 사는 삶'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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