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개봉작인 영화 도그빌은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영화입니다. 당시에 충격적 내용뿐만 아니라 특별한 세트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연극과 같은 연출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개봉 얼마 후에 봤던 기억이 나는데 아직까지도 인상 깊었던 영화를 떠올리면 도그빌이 생각날 정도로 전무후무한 연출이었던 것 같습니다. 3시간가량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빠져들어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도그빌을 연출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필모그래피도 아주 대단한데 멜랑콜리아, 님포매니악, 살인마 잭의 집 등을 연출하였습니다. 도그빌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꼽은 역대 최고의 각본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하였습니다.
순박해 보이는 시골마을 도그빌
영화 도그빌은 연극 무대에 분필로 공간 구획만을 그려놓고 공간명을 써놓은 세트에서 진행됩니다. 외딴 시골마을인 도그빌은 많지 않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공동체이며 여느 시골과 같이 사회의 때가 덜 묻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지루할 만큼 평화로운 도그빌에는 지역 유지의 아들이자 작가 지망생인 톰이 살고 있습니다. 그 외에 자식이 일곱 명이나 있는 척과 베라 부부, 시각 장애인인 벤,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올리비아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밤늦은 시각 멀리서 들리는 총소리와 그레이스라는 외지인의 등장과 함께 영화의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자애로운 그녀, 그레이스
톰은 작가 지망생이지만 실제로 글을 열심히 쓰지는 않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며, 자신의 지식이나 인성이 마을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인물입니다.
여느 날처럼 톰은 마을 사람들을 계몽하겠다며 마을회의를 주관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젊은 여인 그레이스를 만납니다. 그녀는 처음 본 외지인이었고 딱 보아도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 보입니다. 그레이스를 숨겨준 톰은 그녀에게 반해 마을로 그녀를 데려갑니다.
톰은 마을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자며 그녀를 도그빌에서 함께 머물도록 해주자고 주장하고, 마을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정을 하기 전 그녀에게 기회를 주며 시간을 가지자고 합니다. 톰의 조언으로 그녀는 마을의 여러 집을 오가며 일을 돕고 친분을 쌓아갑니다. 그레이스의 노력에 마음을 열고 정이 쌓인 마을 주민들은 2주 후 투표에서 모든 마을 사람들은 그레이스를 도그빌에서 지내게 해 주는 데에 찬성표를 던집니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받아준 데에 감동한 그레이스는 더욱 열심히 마을 일을 도우며 적은 월급을 모아 잡화점에서 파는 인형수 집도하고, 마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톰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레이스도 받아들여 그들은 연인 사이가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들이 찾아와 붙인 수배전단에 그레이스의 사진이 있고 은행강도에 연루된 인물이라 묘사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놀라 마을을 위해 이제라도 그레이스를 내쫓아야 한다고 하지만 톰은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며 그레이스를 더 적은 월급으로 일하며 도그빌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고 합니다.
수배전단 사건 이후 마을 사람들은 적은 임금만을 주며 그레이스를 착취하기 시작합니다. 척이라는 인물은 경찰에 그레이스를 밀고하겠다고 협박하며 그레이스에게 성범죄까지 저지릅니다. 피해자인 그레이스는 척의 부인 베라와 마을 여성들에게 모멸감 드는 언사를 듣게 되고 마을 여성들은 그레이스가 하나씩 모은 인형도 부숴버립니다. 더 이상은 도그빌에 머물 수 없다고 생각한 그레이스는 마을을 탈출하려 시도하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이 사건을 계기로 그레이스가 탈출하지 못하게 하려는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묶어둡니다.
그 후 척뿐만 아니라 마을의 많은 다른 남성들도 그레이스에게 몹쓸 행동을 하고 마을 여성들은 그럴수록 더 그레이스를 멸시합니다. 좌절감에 휩싸여있는 그레이스에게 톰은 자신과의 관계를 독촉하며 칭얼대기만 하고 그레이스는 자신이 자유가 없는 상태에서 하는 사랑은 잘못된 사랑이라며 선을 긋습니다. 이에 분노한 톰은 처음 그레이스를 만났을 때에 그레이스를 보면 연락 달라던 번호로 전화를 걸어 그녀를 밀고합니다.
결말과 감상평
그레이스를 찾고 있던 사람들은 마피아였고 사실 그레이스는 마피아의 딸이었습니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도그빌로 도망쳐온 그레이스는 그렇게 도그빌에서 온갖 수모를 겪었던 것입니다. 도그빌로 찾아온 아버지와 화해한 그레이스는 아버지에게 마을을 없애줄 것을 부탁하고 톰은 자신의 손으로 처리합니다. 그녀는 도그빌에 있던 개만을 살려두고 마을을 떠납니다.
제가 본 도그빌은 오만과 권력이라는 두 키워드의 향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요 두 인물인 톰과 그레이스 모두 오만한 인물로 나오는데 우선 톰은 실제로는 경제활동은 하지 않고 게으른 인물이지만 자신은 더 큰 무언가를 하고 있고 선하다고 믿으며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그레이스와의 관계에서 교묘하게 비겁한 행동을 하며 관계를 유지하지만 결국 그레이스가 톰과의 관계를 냉철하게 정의하자 가장 분노합니다. 마지막에 그레이스를 만난 아버지는 "저들을 용서한다는 네가 가장 오만하다."라고 말합니다. 그레이스는 자애롭고 용서하는 인물로 보이지만 그것의 바탕에는 자신의 인격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는 오만이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주어도 그것에 대항하기보다 용서라는 방법을 택한 것은 자신의 인격을 상대방보다 위에 두고 있어서 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제일 핵심적인 내용은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이 자신이 완전한 우위에 있는 권력을 가졌을 때에 행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영화에서 마을 사람들이 그레이스를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실제 범죄사건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직도 저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 도그빌에서처럼 권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섬뜩한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에 그레이스의 신분이 밝혀지면서 영화 속에서는 처절한 복수를 하고 끝나지만 실제 권력형 범죄의 피해자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버닝, 종수는 왜 그랬을까 (1) | 2024.07.11 |
---|---|
영화 싱 스트리트, 음악으로 더 아름다워진 리얼 성장 영화 (0) | 2024.07.10 |
예상을 뒤엎는 반전 영화 클로이 (1) | 2024.07.05 |
영화 버드맨, 한물간 슈퍼히어로의 자아 찾기 (0) | 2024.07.05 |
영화 매치포인트, 권선징악을 보기 좋게 비웃는 영화 (0) | 2024.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