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드맨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라고 꼽을 정도로 재미와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드문 작품입니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감독상, 촬영상까지 네 개 부문에서 수상을 하였고 감독인 알레한드로 이냐리투는 이 영화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은 이 영화 이후에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통해 다시 한번 감독의 입지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버드맨은 현재도 네이버 영화 평점 8.47, 로튼토마토 지수 91%를 기록하며 많은 리뷰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작품입니다.
과거의 자신인 망령과 함께 사는 남자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리건은 배우입니다. 과거에 슈퍼히어로 시리즈 영화의 주연을 맡아 유명세를 떨쳤으며 최고의 전성기도 맛보았던 인물입니다. 영화 속 리건은 이제 나이가 들었고 과거의 영광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재기를 꿈꾸며 연극을 연출하고 연기도 합니다. 리건은 현재 오직 한 가지 목표, 자신이 연출한 연극이 사람들에게 예술성으로 인정받는 것만을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은 사실 한물간 슈퍼히어로 주인공이 아닌 더 대단한 예술가이며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또한 대중이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연극을 꾸려나가는 일은 쉽지 않고 주변 사람들조차 자신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극단 내부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고 새롭게 들어온 주연배우는 자신이 예술가라는 도취에 빠져 연극무대를 자기 마음대로 휘젓습니다. 연극 평론가는 리건을 예술도 모르는 한심한 사람 취급하고 리건의 연극을 비웃습니다. 리건이 이러한 스트레스들을 받고 홀로 있을 때마다 리건에게는 과거 자신이 연기했던 슈퍼히어로의 모습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고 초능력들이 생겨납니다. 그 환상은 리건을 위로하기도 하고, 용기를 북돋기도 하고, 포기하라고 종용하기도 합니다.
심한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프리뷰 공연일이 다가오고 리건은 잠시 극장 밖으로 나왔다가 겉옷이 문에 끼이고 문은 잠겨버려 속옷 차림으로 뉴욕 한복판을 지나 겨우 무대에 오릅니다. 연극보다는 리건의 속옷 질주 사건이 화제가 되지만 나름 성공적인 프리뷰 공연을 마칩니다. 고조된 기분으로 바에 들른 리건은 평론가를 만나 반갑게 인사하지만 그녀에게 또 한 번 혹평을 듣게 됩니다. 리건은 평론가와 거칠게 다툰 후 술을 잔뜩 마시고 길에서 잠이 듭니다.
잠에서 깬 리건에게 다시 버드맨이 나타나고 리건은 결연한 표정으로 소품 대신 진짜 총을 가지고 마지막 프리뷰 공연 무대에 오릅니다. 스스로에게 총을 쏴 무대에서 정신을 잃고 병원에서 깨어난 리건은 상황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평론가는 리건의 연극을 극 사실주의라 극찬했고 대중들은 그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냅니다. 리건은 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시 찾아온 버드맨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창밖의 새들을 보다가 새들 쪽으로 몸을 날립니다. 딸이 돌아와 창밖에 날아가는 무언가를 보며 미소를 짓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는 삶
영화 속 리건은 자신의 과거와 영광과 계속해서 싸웁니다. 버드맨이었던 시절의 자신은 그립기도 하고 극복해 없애버리고 싶기도 한 애증적 존재입니다. 대중적 아이콘이었던 버드맨이 아닌 예술가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리건 자신조차 자신이 원하는 것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인지 아니면 '예술가로서 인정받는 것'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듯 보입니다.
마이크와 리건의 모습을 보면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진짜인지 보는 사람도 헷갈리게 됩니다. 말도 안 되는 사건들에 휩쓸려 얄팍한 평가를 하는 대중과 평론가의 모습을 보면서 리건은 자신이 쫓던 무언가가 이토록 실체가 없고 가벼운 것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여러 가지 해석들이 존재하고 논란이 되지만 제 느낌으로는 버드맨이라는 존재는 대중에게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자신의 모습이었고 모든 사건을 겪으면서 진정으로 그것에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방법으로 리건이 생각한 것이 마지막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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