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실화를 녹여내어 더 소름 돋는 넷플릭스 소년심판

반응형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소년심판은 실제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들을 포함하고 있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총 10화짜리 시리즈물로 범죄를 일으킨 미성년자들을 재판하는 소년부 판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법정 드라마입니다. 김혜수, 김무열, 이정은, 이성민 배우가 출연해 어디 하나 연기 구멍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고 각 에피소드에 나오는 조연배우들도 남다른 연기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10화까지 3일 동안 몰아서 보았는데 내용은 무겁지만 전개도 빠른 편이고 실제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며 궁금증을 유발해서 무리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너무 어렵지 않게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고 결국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소년심판도 그러했습니다.

 

 

소년심판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소년법

우리나라에서 소년법은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해 처벌보다는 교정을 목적으로 한 보호처분 혹은 형사 특별조치를 하도록 하는 법률입니다. 19세 미성년자 범죄자의 경우 나이대별로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만 10세 미만은 처벌이 불가한 '범법 소년',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보호처분만을 할 수 있는 '촉법소년',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형사처분과 보호처분이 가능한 '범죄소년'으로 나뉩니다. 최근 소년범죄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어 폐지나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촉법소년이 받는 보호처분은 1호인 부모님이나 외부위원과의 면담부터 교육이수나 사회봉사, 최대로는 2년간 소년원 송치 처분까지만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들 중 이를 미리 알고 악용한 사례도 나오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네 명의 각기 다른 판사

요즘 판결에 대한 기사의 댓글에는 판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대부분입니다. 소년심판에서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네 명의 판사가 등장해 각자의 입장에서 어떤 식으로 판결을 내리게 되는지, 왜 그러한 판결을 내리게 되는지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주연인 김혜수 배우가 연기한 심은석 판사는 스스로 "소년범을 혐오한다"라고 말합니다. 소년범들에게 죄에 따른 무거운 형량을 주어서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벼운 형량을 받았던 소년범들이 다시 법정에 드나드는 것을 보며 소년범들에게 자신의 죄의 무게를 깨닫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무열 배우가 맡은 차태주 판사는 본인도 안타까운 가정환경으로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다녀온 소년범 출신입니다. 그만큼 그는 항상 소년범들을 온정의 눈길로 봐주고 또한 판사들이 소년범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민 배우가 연기한 강원중 부장판사는 소년범 처분의 목적은 교화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 판사 생활 끝에 소년범 교화에서 가장 문제점은 법적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개정하겠다는 목표로 정계에 진출해 법관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소년범과 소년범죄를 위해 일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정은 배우가 맡은 나근희 부장판사는 "소년사건은 속도전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합니다. 판사 한 명당 맡는 소년범죄가 너무나 늘어나버린 시점에서 효율적인 판결 시스템을 지키려 노력합니다. 판결에 있어서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법적 시스템에 따라 원칙적인 판결을 내립니다.

저는 심은석 판사의 처벌주의나 차태주 판사의 온정주의보다 이성민 배우가 연기한 강원중 부장판사의 의견에 마음이 갔습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도 공감하듯이 낡은 소년법의 시스템이 소년범죄를 감소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근희 부장판사는 사람들이 기존 생각하던 판사의 모습을 보여주며 분노를 일으키지만 한편으로는 실제로 왜 대중들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판결들이 나오고 있는지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들

이 드라마에서는 인천 동충동 초등생 사건,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대전 중학생 렌터카 사건,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 등 실제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비슷한 내용으로 만든 에피소드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첫 화와 다음화에 이어진 인천 동충동 사건을 바탕으로 한 내용은 실제 사건이 떠올라 보기 힘들었다는 평이 대부분일 정도로 실화와 가깝게 내용이 전개되어 분노와 슬픔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해자 중 한 명인 만 13세 남중생 백성우 역을 맡은 배우가 28세의 이연이라는 여배우라는 게 알려져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은 강력사건은 아니지만 워낙 화제가 되었던 사건이고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서 드라마 스토리에 맞게 잘 녹여낸 것 같습니다.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은 실제 사건 자체가 마음이 많이 아픈 사건이었고 10세 미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 찬반 논란을 불러왔던 사건이기도 합니다. 드라마에서는 10세 미만 범법 소년에 대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시각만을 반영한 것 같아서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실망이었습니다. 10세 미만 아동의 범죄에 관해서는 좀 더 민감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