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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톰 포드 감독의 영화 싱글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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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톰 포드의 영화감독 데뷔작인 싱글맨입니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라는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싱글맨은 모든 장면이 아름다워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가 감독인 만큼 배우들의 의상과 소품들이 우아하고 품격이 있습니다. 복잡하고 화려한 내용의 영화는 아니지만 정서적으로 주인공의 감정에 빠져들게 만들어 감수성을 자극하는 영화였습니다. 톰포드의 녹터널 애니멀스도 예전에 봤었는데 두 영화 모두 재밌게 봤지만 영화 전반의 영화미술은 싱글맨이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외로움과 친구인 사람들

58세의 대학교수인 조지는 오랜 연인인 짐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냈습니다. 조지는 극도의 슬픈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의 삶 모든 곳에 존재했었던 짐이 떠난 후에는 모든 곳에서 짐의 흔적을 느끼며 그리워합니다. 늘 같은 일상을 이어가지만 짐이 없는 일상은 공허합니다. 결국 공허한 일상을 끝내고 짐을 따라가기로 결심한 조지는 마지막으로 오랜 친구 찰리와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조지의 친구인 찰리는 조지를 오래도록 사랑해온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는 부유하고 당당한 여성이지만 남편과는 사별했고 딸도 성인이 되어 독립해 외로운 나날들을 견디며 지냅니다. 그녀는 조지가 이성애자였다면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넌지시 말하지만 조지는 찰리를 받아줄 수 없었고 그녀를 다독여주고 헤어집니다.

케니는 조지의 수업을 듣는 어린 나이지만 명석한 대학생입니다. 그는 조지의 수업을 감명 깊게 들었고 조지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조지가 무언가 힘들어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조지가 찰리를 만나고 들른 펍에서 케니는 조지를 마주칩니다. 그곳에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함께 밤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조지의 집으로 갑니다. 케니와의 교감에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가져볼까 하는 조지는 잠든 케니를 보다가 써놓은 유서를 태우고 총을 치웁니다. 하지만 조지는 곧 발작으로 쓰러지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톰포드의 감수성

영화 전반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에 맞는 우울이라는 정서가 녹아있습니다. 보통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 내용이라던지 영화의 배경, 또는 해석에 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편이 많습니다. 하지만 싱글맨을 보고 나서는 여러 가지 생각보다는 그냥 그 시대와 주인공의 우울에 녹아든 감정이 고스란히 저에게 남았습니다. 영화관에 가서 친구와 함께 봤다고 했을 때에 영화를 보고 나와서 친구와 토론하고 싶은 영화가 있는가 하면 홀로 집에 와서 그 감정을 간직하고 싶은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후자입니다.

콜린 퍼스와 줄리안 무어, 니콜라스 홀트라는 대단한 배우보다도 영화에 나오지 않은 감독 톰 포드의 존재감이 엄청나게 드러났습니다. 영화의 모든 것이 톰포드였고 영화의 모든 사람이 톰포드인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뛰어난 사람들은 표현방법이 달라져도 자신 안의 무언가를 이렇게 뚜렷하고 매력적이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짐과의 사랑을 추억하는 조지를 보며 중년의 삶의 공허한 정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꼭 중년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던 짧은 순간순간을 그리워하며 되찾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 그러면서 영혼이 사라져 가는 기분을 조지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절절하게 전해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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