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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게이브리얼의 죽음: 누구의 책임인가?' 넷플릭스 추천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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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우연히 추천 영상으로 떠서 보게 된 '게이브리얼의 죽음: 누구의 책임인가?'는 본지는 꽤 되었지만 넷플릭스에서 본 다큐멘터리 중 가장 저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다큐멘터리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사실 아동 관련 가슴 아픈 사연을 파헤치는 종류의 것들은 선뜻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 힘듭니다.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무력감에 시달릴 것이 뻔해서 피하고 싶었지만 평소 아동 사건에 관심이 많아서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의 여러 사건도 떠오르고 예상했던 대로 눈물을 한가득 흘렸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보고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게이브리얼의 8살 인생

게이브리얼은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사랑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게이브리얼을 낳기는 했지만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아 했고 그런 이유로 게이브리얼은 증조부모님, 증조 삼촌 할아버지 커플의 집에서 자라게 됩니다. 하지만 게이브리얼은 여느 아이와 같이 해맑고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게이브리얼의 엄마는 아주 가끔 들르고 자신에게는 관심 없지만 게이브리얼은 엄마를 많이 사랑합니다.

어느 날 엄마와 엄마의 남자 친구는 게이브리얼과 함께 살겠다고 하며 게이브리얼을 데려갑니다. 게이브리얼은 엄마와 엄마의 남자 친구와 함께 살기 시작한 얼마 후부터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아이로 변해갑니다. 엄마와 엄마의 남자 친구는 아동 보조금을 목적으로 게이브리얼을 데려왔고 데려온 직후부터 게이브리얼을 학대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견디면서도 계속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게이브리얼은 결국 엄마와 엄마의 남자 친구의 집에 온 지 8개월 만에 사망합니다. 게이브리얼이 8살인 해였습니다.

 

게이브리얼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사람들

게이브리얼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었습니다. 게이브리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학대 사실을 느꼈고 게이브리얼의 담임선생님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그를 보호해주기 위해서 여러 차례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게이브리얼 케이스에 책임이 있는 복지사들은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형식적 방문만을 하였습니다. 신고를 받아 게이브리얼의 집에 방문한 지역 보안관 또한 엄마의 말만 믿고 게이브리얼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훈계까지 합니다. 이들이 손 놓고 있을 때 게이브리얼을 향한 학대의 정도는 더더욱 심해져갔습니다.

 

 

아동 사건에 대한 미국의 태도

아동복지의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고 아동 관련 범죄에 엄벌을 내리는 미국에서 이러한 어이없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의 아동복지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었고 사람들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가해자인 엄마와 엄마의 남자 친구는 1급 살인혐의가 적용되어 각각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사형 판결이 났습니다. 관련된 사회복지사 네 명도 함께 기소되었지만 긴 재판 끝에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복지사들의 업무 개편과 대대적인 증원이 이루어졌지만 얼마 후 비슷한 사건이 다시 벌어져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충격을 주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결국 무죄를 받긴 했지만 이 사건으로 복지사들이 기소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일어난 비슷한 사건으로 시스템의 허점을 다시 드러내기는 했지만 사건이 생길 때마다 책임을 엄중히 묻고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아주 클 것 같습니다.

국내의 사건들의 경우 아무리 화제가 된 사건들이라도 가해자인 부모는 대부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가 되고 형량도 대부분 가벼운 데다가 잘하면 집행유예까지 받을 수 있어 실제로 재판이 끝난 후 자유롭게 사는 가해자들도 많습니다. 또한 사회복지의 시스템의 책임보다는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아 사회복지 공무원의 근무태만 정황이 드러나도 별달리 처벌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지키는 건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으로 이 부분이 채워지지만 그렇지 않은 소외된 아이들의 경우는 사회에서 이것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점점 더 많이 들려오는 아동학대 범죄를 보도하는 뉴스들은 어른들에게 마음의 빚을 안겨줍니다. 지금도 학대받고 있는 당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만나면 어떻게 해줘야 할까 수없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생각 끝에는 늘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아동보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스쳐가는 어른 한 명만 신고를 해줘도 그 아이는 학대에서 구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양육은 온전히 부모의 몫이 아니고 사회의 영역이라는 인식 변화를 해야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동은 개인이 아닌 부모에 소속된 한 개체로 보는 인식이 우리나라에서는 더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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