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감독의 수작으로 꼽히는 영화 매치포인트는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개봉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스칼렛 요한슨 특유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시상식에서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잡은 영화라서 2017년 재개봉될 정도로 평론가와 관객들에게는 좋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테니스 강사 크리스의 행운
테니스 선수 출신인 크리스는 은퇴 후 테니스 강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부유층 출신의 사람들을 주로 가르치게 되었고 톰이라는 사람을 알게 됩니다. 톰과 크리스는 대화가 잘 통해 친구가 됩니다. 톰의 여동생 클로이도 크리스와 사랑에 빠지면서 크리스는 톰의 집안사람들과도 가깝게 지내기 시작합니다.
배우를 꿈꾸는 매력적인 여인인 노라는 톰의 약혼녀입니다. 톰과 노라는 서로 사랑하지만 부유층인 톰의 집안은 노라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크리스는 클로이의 도움으로 톰과 클로이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의 중역으로 채용되고 클로이와의 결혼을 준비합니다. 그 무렵 노라의 존재를 싫어하는 톰의 어머니가 노라에게 상처를 주고 크리스는 그런 노라를 위로하다가 둘은 하룻밤의 실수를 저지릅니다.
크리스는 클로이와 집안사람들 몰래 노라와의 위험한 관계를 이어가려 하지만 노라는 거부합니다. 크리스와 클로이는 결혼을 하고, 노라는 톰과 이별한 후 떠나며 둘의 관계는 이것으로 끝인 듯 하지만 훗날 우연히 마주치면서 다시 비밀스러운 관계가 됩니다. 그러다 노라가 아이를 가지게 되고 노라는 크리스와 당당하게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합니다.
노라의 존재가 이제 부담스러워진 크리스는 강도가 한 짓으로 위장하고 노라와 옆집 아주머니를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릅니다. 경찰은 처음에 크리스를 의심하지만 옆집 아주머니의 반지를 노숙자가 주워 가지고 있는 것이 발견되어 크리스는 혐의를 벗고 부유하고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사회적 성공과 도덕성, 그리고 운
공이 네트를 건드릴 때 공은 넘어갈 수도 그냥 떨어질 수도 있다. 운만 좋다면 공은 넘어가고 당신은 이긴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한다.
첫 장면에 나오는 위의 크리스의 대사가 이 영화 내용 전체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 지향적인 사람이었고 그의 바람대로 성공한 인생, 부유한 인생을 끝까지 지켜냅니다. 그의 노력도 분명 있었겠지만 그의 범죄가 드러나려는 시점에 그를 구해준 것은 그냥 운이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도덕성과 사회적 성공은 하등의 관계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인생에 찾아오는 행운은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끔찍한 인성을 가지고 범법행위까지 저지른 사람이 떵떵거리고 잘 사는 모습이나 평생을 헌신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 초라한 결말을 맞이하는 모습을 하루에도 여러 번 접하기 때문입니다. 감독인 우디 앨런도 '인생은 그냥 운'이라는 씁쓸한 진실을 관객과 함께 조소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권선징악과는 거리가 먼 이 영화를 보며 크리스가 결국 아무 일 없이 잘 살아간다는 결말에 비관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의 인생이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인생일지라도 좋은 인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크리스는 인생을 게임처럼 살아가는 인물이며 오로지 승과 패 두 가지로만 인생의 의미를 찾는 듯 보입니다. 비록 크리스가 인생의 마지막까지 안락하고 부유한 삶을 누릴지라도 그 안에서 오는 행복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노라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였는데 물론 스칼렛 요한슨의 외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라라는 캐릭터는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살아가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처한 처지와 운명을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진심을 다해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었습니다.
전개가 흥미진진하고 극적 결말로 이어져서 재미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를 찾아서 보는 편은 아닌데 이 영화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라서 나중에 다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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