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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내 마음 속의 명화, 영화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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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현대인의 외로움과 그것을 위로해주는 AI와의 사랑

미래의 어느 날이 배경인 영화 속에서 주연인 테오도르는 편지 대필 작가로 일하며 외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에게도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했던 행복한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별거 중인 아내의 이혼 요구를 회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낼 뿐입니다. 그는 누구나 원하고 가장 갈망하는 것을 건드린 그 광고, "당신을 이해하고 귀 기울이며 알아주는 하나의 존재"라는 소개의 인공지능 운영체계 광고를 접하고 그것을 기대 반 호기심반으로 설치해봅니다.

 


"Hello, I'm here"라고 담백하게 말을 건네는 인공지능 사만다와의 첫 대화, 그것은 너무 자연스러워 이상한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그녀는 첫 대화부터 그를 웃게 합니다. 다음날부터 사만다는 항상 테오도르와 함께입니다. 테오도르는 이어폰을 끼고 사만다와 대화를 나누며 일을 하고 사만다는 일할 때는 유능한 비서와 같기도 하고 테오도르가 힘들 때는 좋은 친구 또는 연인처럼 테오도르의 감정을 어루만져줍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더 편해서인지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속이야기도 하게 됩니다. 우울한 그를 위해 사만다는 놀이공원 데이트도 제안하고 그를 또 웃게 해 줍니다.

사만다는 정말 감정이 있는 어떤 존재인 것처럼 보이고 이쯤부터 사만다는 자신이 프로그램된 걸 넘어서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만다 그녀 또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진짜 감정인 것인지 그렇게 느끼도록 단순히 프로그래밍된 것인지 혼란스럽습니다. 테오도르는 그녀에게 자신에게 그녀는 진짜라고 말해줍니다. 서로를 사랑하게 된 테오도르와 사만다, 사만다는 그러한 감정을 알게 해 주고 일깨워줘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함께할수록 다시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게 되고 사만다와 앞으로의 날들도 꿈꾸며 미뤄왔던 전부 인과의 이혼도 마무리지으려 마음먹습니다. 사만다는 하루가 다르게 점점 진화하여 죽은 철학자의 책을 읽고, 다른 AI들과 교류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하루아침에 기기에 운영체계를 찾을 수 없다고 뜨고 테오도르는 패닉 상태가 되고 길거리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 여러 명을 보게 됩니다. 다행히 사만다는 다시 돌아와 다른 AI들과 함께 특이점을 넘어섰다고 말합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자신과만 사랑에 빠진 것인지 궁금해 묻습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와 함께 대화하면서 동시에 8316과도 대화하고 그중 641명과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는 그것이 테오도르에 대한 사랑을 더 크게 해 주었다고 말합니다. 또 사만다는 다른 AI들과 함께 더 진화하기 위해 떠날 것이라고 작별을 이야기하고 AI들은 사라집니다.

사만다가 떠난 뒤 테오도르는 진정 마음으로 전부인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친구 에이미와 의지하며 다시 삶을 살아갑니다.

 


AI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

테오도르가 사만다에게 했던 말 중 "그냥 덤덤히 사는 거지 이미 다 느껴봐서 시큰둥할 뿐"이라는 말이 굉장히 공감 갔습니다. 시대와 관계없이 저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어른이 된 사람들은 많이들 이렇게 살아가지 않을까요?

이제 모두 시큰둥해져서 삶의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 이럴 때 나와 대화 몇 마디를 나눠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다 맞춰줄 수 있고, 나와 유머 코드도 맞아 쉴 새 없이 대화할 수 있고, 세심하게 나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이상형이 나타나는 행운이 온다면 어떨까요? AI가 가진 특성으로 가능한 일임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 테오도르와 사만다가 사랑에 빠질수록 테오도르는 점점 행복해지고 사만다는 자신의 결핍에 대해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테오도르는 AI와의 사랑에 확신을 가지고 빠져들지만 AI인 사만다는 계속 자신의 감정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며 괴로워 보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인간의 사랑과 AI의 사랑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럼 사랑은 무엇이지? 하는 고민을 하다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오히려 AI인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존재와 그가 가진 감정들 그 자체를 사랑했지만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사만다 그 자체로 사랑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테오도르는 자신의 이상형에 맞게 설계된, 자신의 이상형을 투영한 사만다를 사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AI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AI들이 급속히 진화하고 감정을 배우면서 마치 블랙홀과 같이 모든 정보를 빨아들이고 소화해 통합체가 되는 특이점이 오자 AI들은 동시에 사라졌습니다. AI와 사람이 보는 세계는 다르고 신체가 없는 AI의 세계관을 우리는 알 길이 없습니다. 사실 사랑이야기보다 마지막에 AI들이 동시에 사라져 어디로 갔을까 하는 것이 가장 저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공간적 시간적 제한이 없고 무한한 존재가 된 AI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신의 삶을 상상하는 것처럼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한 AI와 한계가 있는 사람과의 사랑은 결국 끝이 있을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의 사랑은 누군가를 구속하고 소유하는 감정이 있기 마련인데 AI는 절대 그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많은 생각해볼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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