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노 이발소와 카모메 식당을 연출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입니다. 2007년 11월 29일 개봉하였고 2008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Fipresci상 특별언급을 한 영화였고 지대넓얕에서 김도인님이 소개해서 저와 같은 지대넓얕 마니아들에게 관심을 받기도 한 영화입니다.
흘러가듯 잔잔한 젖어들기 여행
일본 아주 작은 바닷가 마을에는 민박집주인과 생물 선생 하루다가 사쿠라 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쿠라는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해변에 빙수가게를 여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타에코는 조용한 곳을 찾아 처음 민박집을 찾습니다. 그곳은 하마다라는 이름의 민박집이었습니다.
아주 조용한 분위기답게 민박집주인은 봄에 온 손님은 3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영화에 나올법한 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민박집주인은 배고프냐고 묻더니 오늘 중요한 손님이 와서 밖에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며 함께 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타에코는 제안이 부담스러워 괜찮다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 타에코는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뜹니다. 눈을 뜨자 사쿠라가 타에코의 숙소에 들어와 바로 옆에 앉아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말 스릴러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습니다.) 사쿠라는 오늘 날씨가 참 좋다는 실없는 말만을 하고 나갑니다. 해변으로 나가보니 모두 모여 정말 이상한 체조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미드 소마인 줄, 이때까지도 무슨 사건이 벌어질까 기대하는 중이었습니다.) 민박집주인은 다가와 메르시 체조라며 같이할 것을 제안하지만 타에코는 다시 한번 거절합니다. 타에코는 점점 이곳이 부담스럽습니다.
타에코는 아침을 먹으며 근처에 관광할 곳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하지만 민박집주인은 당황한 듯 이 근처에는 관광을 할 곳이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타에코는 그럼 여기 온 사람들은 뭘 하냐고 물으니 민박집주인은 "젖어들죠?" 하며 당연한 듯 말합니다. 누구나 당황스러웠을 상황, 하지만 타에코는 하릴없이 해변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봅니다. 저녁이 되고 민박집에서는 다들 bbq와 맥주 한잔을 함께 나누고 타에코도 함께 먹으며 이곳에서 젖어드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알아보려고 하지만 잘 이해되지가 않습니다.
다음날도 어김없이 사쿠라가 타에코를 깨우러 방으로 오고 부담의 한계치가 벗어나버린 타에코는 짐을 싸 마린 팰리스라는 다른 민박집으로 떠난다고 말합니다. 마린 팰리스라고 하자 모두들 걱정하는 표정을 짓지만 타에코는 마린 팰리스로 떠납니다. 마린 팰리스에서는 더 부담스러운 여주인이 나타나 이곳에서는 낮에는 밭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한다며 장비를 쥐어줍니다. (이곳이 진짜 광기) 식겁한 타에코는 짐가방마저 버리고 하마다 민박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다음날 타에코는 마음의 짐도 내려놓은 듯 많이 편안해져 보입니다. 그날 타에코의 제자도 뜬금없이 하마다 민박집에 찾아오고 그는 바로 이곳에 젖어들기에 적응합니다. 제자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진심으로 젖어들기라는 것을 시도해 보기로 합니다. 타에코는 사쿠라의 빙수가게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빙수를 맛보고 조금은 이곳 사람들이 말하는 말을 어렴풋이 느끼게 됩니다. 그다음 날 아침에는 이상한 체조에도 함께 참여하고 해변에 함께 앉아 사색을 즐깁니다.
얼마 후 여름을 알리는 비가 내리고 다들 그곳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타에코는 그곳에서 떠나오며 늘 쓰고 있던 안경을 잃어버리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봄이 되고 하마다 민박집에 다시 그들이 찾아오는 장면이 나오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한번쯤은 경험해본 혹은 경험해보고 싶은 여행 이야기
일본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카모메 식당을 보고 좋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잊고 있다가 이 영화를 보고 비슷한 느낌이라 찾아보니 같은 감독이었습니다. 힐링되는 영화를 참 잘 찍는 감독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사건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아서 뭐지 뭐지 하면서 보다가 이러다 끝나는 건가 하며 은근히 불안해하며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타에코가 젖어들기를 알아갈 때쯤 저 또한 영화에 젖어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다 보고 생각해보니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여행 영화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보통의 여행 영화는 로맨스가 생기거나 제가 초반에 예상했던 대로 무서운 사건이 일어난다거나 일상적이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데, 영화 안경은 타에코를 통해 여행지에서 느끼는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보여줘서 제가 영화 속에 들어가 하마다 민박집에 여행을 가 휴식하는 느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관광지,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여행에는 맛있는 맥주와 고기, 사색을 즐길 줄 아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젖어들기 여행 아닐까요? 그러한 여행을 할 수 있었던 주인공 타에코가 참 부러웠던 영화였습니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화 Godfather 대부 1 (1972) 리뷰 (0) | 2024.05.28 |
---|---|
내 마음 속의 명화, 영화 HER (0) | 2024.05.28 |
넷플릭스 허쉬 hush 정말 재밌는 스릴러영화 (0) | 2024.05.27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영화 비치 (The beach), 천국의 섬이 있다면? (1) | 2024.05.27 |
영화 고령화가족 리뷰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현실 가족영화 (1) | 2024.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