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개봉한 이영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속편이 제작될 정도로 명작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2010년쯤에 보았었는데 보고 이 세계관은 무엇인가 어리둥절하고 소름 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간을 초월하는 존재라는 비슷한 콘셉트의 영화들이 많이 나왔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연 이 영화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장르는 SF영화이지만 SF영화가 아닌 듯 모든 장면이 방구석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되어있는 이영화는 $20만 달러 초저예산 영화이지만 마치 책을 읽을 때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온갖 장면들이 그려지면서 빨려 들어가듯이 보듯 사람을 빨려 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다만 저는 무교라서 괜찮았지만 종교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보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어느 오두막에 모여 작별인사를 하는 교수들을 당황시킨 이야기는?
어느 대학교수의 작은 오두막, 다른 교수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그 집에 사는 존 올드맨이라는 한 대학교수가 갑자기 떠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선물로 가져온 술을 한잔 하며 시답지 않은 이야기가 오가다가 동료 교수들은 갑자기 떠나는 이유를 묻고 술기운이 약간 올랐는지 존은 갑자기 자신이 만 사천 년 동안 살아온 구석기시대 사람이라면 어떨 것 같냐고 합니다. 자신은 늙지 않는 14000년에 태어난 사람이고 사람들에게 들키기 전에 10년마다 사는 곳을 바꾼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사전 정보 없이 보았기 때문에 저는 주인공이 이 얘기를 하고 이어갈 때 까지도 사기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동료 교수들도 황당해합니다. 생각해보니 주인공은 이름도 '존 올드맨'입니다.
지금부터 내가 000 썰 푼다.
만 사천 년 살았다는 것도 믿기 힘든데 자신이 콜럼버스와 항해도 해봤고 부처의 제자이기도 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존 교수, 동료 교수들도 믿기지 않지만 존의 이야기가 너무 그럴싸합니다. 저도 영화 속 다른 교수들과 함께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는데 푸는 썰마다 방대하고 해박한 지식의 향연입니다. 사실이라면 14000년 동안의 일을 아주 잘 기억하는 머리가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존은 하다 하다 자신이 부처의 가르침을 받고 서양에 넘어와 전파하려 했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가르침으로 성경을 만들게 되었고 자신이 사실 예수라고 합니다. 여기서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너무 기발한 생각이었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만드는 이야기도 흡입력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예수라고까지 하는 존의 말을 참을 수 없었던 교수들 중 농담이 지나치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이 생기자 존은 그냥 다 지어낸 얘기라고 얼버무립니다.
갑작스러운 부자상봉
그렇게 찜찜하게 작별인사를 마무리하고 교수들은 하나둘 돌아가는데 그 자리에 있던 존을 짝사랑하던 조교는 존의 말을 믿고 존에게 이것저것 묻습니다. 존이 10년마다 사는 곳을 바꿔 살았다면 사용한 이름들도 다 다르냐고 하자 존은 자신이 썼던 이름들을 말하고 윌이라는 교수가 떠나려다가 그 이름을 듣고 충격에 빠집니다. 과거 자신과 어머니를 떠난 아버지가 바로 존이었던 것입니다.
둘은 부자 상봉을 하고 존은 어릴 적 부르던 이름으로 윌을 부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지만 윌은 충격 때문인지 심장마비로 그 자리에서 사망합니다. 존도 충격을 받고 혼자 떠나려다가 조교인 샌디와 함께 어딘가로 떠납니다.
기독교에 관한 이야기
다 보고 나니 뭔가 처음부터 기독교 이야기를 하려고 작정했던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다른 교수들의 모습이 예수와 그 제자들을 떠올리게 하였고 존과 윌과의 대화하는 모습에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보였습니다.
제목인 man from earth 인 것은 예수도 미지의 어떤 곳이 아닌 지구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자신이 상처 줄 수밖에 없었던 윌이 죽는 모습까지 목격하고 존이 마지막에 왜 새로운 여자인 샌디와 함께 떠나는 것인지 노답이라고 생각했는데 더생각해보니 이 또한 신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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